다섯 번째 만남은, 처음의 스웨이드로
케이스스터디는 새 물건보다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데 익숙했다.
열 번째 해에 다시 꺼낸 푸마의 ‘스웨이드 빈티지’에는
그 태도가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다.
2016년 분더샵 청담에 노란색 앰퍼샌드가 등장하며 시작을 알린 케이스스터디는 유스 컬처를 바탕으로 스니커즈와 디자이너 컬렉션, 스트리트웨어와 라이프스타일을 한 공간에 놓았다. 지금은 서로 다른 장르를 섞는 일이 자연스럽지만, 그 당시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문화를 같은 높이로 보여주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제안이었다.
열 번째 해를 맞은 케이스스터디가 선택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아니었다. 2022년 푸마와 처음 호흡을 맞춘 스웨이드 빈티지였다.

01. A DIFFERENT ROUTE
케이스스터디의 출발점은 분더샵 청담이었다. 이미 존재하던 유스 컬처를 하이패션과 나란히 놓고, 서로 다른 취향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장면을 만들었다. 케이스스터디를 설명할 때 무엇을 들여왔는지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과 함께 보여줬는가’다. 이미 잘 알려진 제품도 주변의 옷과 음악, 공간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표정을 갖는다. 케이스스터디는 희소한 물건을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익숙한 브랜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장면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02. THE FIRST SCENE
분더샵의 아카이브를 넘기다 보면, 케이스스터디의 지난 10년은 협업 목록보다 몇 개의 장면으로 먼저 돌아온다.
2017년 디스이즈네버댓과 만든 캡슐 컬렉션이 그렇다.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와 편집숍의 협업이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시기, 케이스스터디를 한자로 풀어낸 ‘개안연구’ 그래픽을 통해 두 브랜드의 언어를 한 장면 안에 겹쳤다. 지금 돌아보면 제품 자체보다, 분더샵 청담 안에서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가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드러냈다는 점이 더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듬해 쉐이크쉑과의 프로젝트는 협업의 반경을 패션 밖으로 넓혔다. 의류와 굿즈뿐 아니라 협업 메뉴까지 함께 선보이며, 옷을 입는 경험과 음식을 즐기는 경험을 하나의 취향으로 묶었다. 지금은 패션과 F&B의 만남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버거를 먹는 순간까지 케이스스터디의 방식으로 편집했다는 사실이 꽤 신선했다.
2020년 ‘호텔 케이스스터디’에서는 제품보다 공간이 먼저 이야기를 만들었다. 성수동의 한 공간을 가상의 호텔로 바꾸고, 의류와 파자마부터 베딩, 러그, 식기까지 그 안에 놓았다. 성수동의 콘셉트 팝업이 지금처럼 일상적인 풍경이 되기 전, 물건을 진열하는 대신 케이스스터디의 취향 안에 잠시 머물 수 있는 세계를 만든 셈이다.
케이스스터디의 아카이브가 흥미로운 건 그래서 브랜드의 이름값이나 프로젝트의 횟수 때문만은 아니다. 옷과 시대를 함께 놓고, 아직 낯선 신발에 먼저 자리를 내어주는 일. 새로운 문화를 길게 설명하기보다 눈앞에 먼저 펼쳐 보였고, 그렇게 쌓인 장면들이 이곳만의 취향이 됐다.
03. FROM A CONVERSATION
푸마와 함께 만든 신발 역시 완성된 마케팅 문구보다 구체적인 질문과 대화에서 시작됐다. 2022년 첫 번째 스웨이드 빈티지를 준비하며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서울을 한 켤레에 담는다면 무엇부터 골라야 할까. 두 브랜드는 유명한 랜드마크 대신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의 색’을 펼쳐놓았다. 그 이후 선보인 시티 러닝화는 조금 더 가벼운 말에서 출발했다. 도심 러닝이 지금처럼 익숙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기 전, 밤에 달린 사람의 뒤로 형광색 궤적이 남으면 멋있지 않겠느냐는 농담이 나왔다. 그 한마디는 네온 컬러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빛나는 소재로 이어졌다. 사소한 상상을 실제로 신을 수 있는 컬러와 디테일로 바꾼 것이다.
첫 번째 스웨이드와 트리노믹 샌들, 골프화와 시티 러닝화는 형태도 쓰임도 달랐다. 다만 멀리서 ‘한국적인 것’을 정의하기보다, 가까운 거리의 색과 밤, 새롭게 등장한 취미와 움직임을 바라보는 태도는 이어졌다.
04. BACK TO THE SUEDE
푸마 스웨이드는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신발이다. 1968년 ‘크랙(Crack)’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농구 코트에서 비보이와 힙합, 스케이트보드 문화로 자리를 옮겼다. 시대마다 신는 사람과 방식은 달라졌지만, 낮고 간결한 형태는 서로 다른 세대의 취향이 들어갈 여백으로 남았다.
첫 번째 스웨이드가 서울의 색을 담았다면, 다섯 번째 스웨이드는 케이스스터디의 시간을 담는다. 시그니처 옐로우와 빈티지 워싱, 뒤꿈치의 ‘MMXVI’는 2016년부터 이어진 10년을 기록한다. 서울 메트로 그래픽과 압구정로데오역 슈참은 그 시간이 시작된 장소와 이후의 움직임을 잇는다.
익숙한 실루엣을 그대로 둔 것은 과거를 복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같은 신발 위에 달라진 시간을 겹쳐야 첫 만남과 지금의 차이가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만남이 처음의 스웨이드여야 했던 이유다.















